베트남을 여행하는 여러 방법 중, 아름다운 베트남 풍경을 찬찬히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기차여행은 베트남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스러운 매력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필자가 체험한 두 번의 기차여행을 여러분에게 간접 체험 경험담을 포스팅하고자 한다.
1.나트랑 ➡ 하노이행 기차
나트랑에서 하노이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50분 가량이 소요된다. 베트남에서 베트남으로 여행하는 건데, 기왕이면 더 아날로그적이며 찬찬히 베트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나트랑에서 하노이행 기차를 발견했다.
열차 예매 사이트와 탑승권
나트랑에서 하노이로 가는 기차를 선택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필자는 12GO라는 싱가포르에 회사를 두고 있는 사이트에서 열차를 예약했다.(지금도 의문인 것이 베트남 기차를 타는데 왜 싱가포르 회사 사이트를 선택했을까?)
하지만, 직접 베트남 열차 예매 사이트로 들어가서 예약하는 방법이 있으니 여러분은 이 방법을 사용하길 바란다.
예매를 마치면 본인이 입력한 이메일로 QR 코드와 자신의 열차, 탑승칸, 열차 시간이 기록된 PDF 파일을 받게 된다. PDF 파일로된 탑승권을 잘 확인해보면 자신의 탑승정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탑승 방법
나트랑 역에서 탑승한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던 필자는 나트랑 역 am 4:26 열차를 타기 위해 am 3:40 쯤에 도착했다. 새벽이라서 여전히 어두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역 대합실에서 열차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베트남어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방송을 해주지만 정확히 알아 듣기 힘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역무원을 붙들고 표를 보여주며 이 열차가 맞는지 올 때마다 확인해야 했으며 플랫폼도 3-4곳 중, 어디에 서야 되는 지까지 정확한 정보 없이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알 수 있었다.
열차 컨디션
처음에 우리가 탑승해야 할 열차를 본 소감은 어릴적 봤던 ‘은하철도999’ 같았다. 너무 낡고 오래된 열차는 사람을 태우는 열차가 아닌, 석탄이나 물건들을 운반하는 용도의 열차처럼 보였다. 그 열차를 처음 보고 필자에게 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빠, 이거 우리 기차 아닌 거 같아!” 믿고 싶지 않을만큼 낡은 기차였다.
열차 내부 또한 오래된 기차였고 화장실 컨디션도 청결하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화장실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컨디션이었다.
하지만, 창가로 보이는 뷰는 30시간 동안 열차를 타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무리였을 수 있으나, 창문이 조금 더 깨끗했다면 더 쾌적하게 베트남 곳곳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식사와 간식 판매
워낙 긴 시간을 이용하는 기차이기 때문에 식사 때가 되면 우리나라 옛날 통일호나 무궁화호 때나 있을 법한 간이 수레로 간식이나 식사를 판매하는 사람이 오고 간다. 대부분 2만 동에서 4만 동 사이의 물건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열차 중에는 식사칸이 있는 것도 봤지만, 우리 열차는 식당칸이 없었다. 오로지 자리에서 오는 카트를 기다렸다가 구입해서 자리에서 먹는 정도의 식사만 허용될 뿐이었다. 따라서 이 열차를 타기 위해선 미리 30시간 분량의 간식과 식사거리를 구입 해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하노이 ➡ 사파행 기차
그렇다면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는 기차는 어떨까? 가장 최근의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라인은 한국인들을 본적이 있는데, 적어도 필자가 떠나는 시간에 한국사람은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열차예매와 탑승권
이번 여행은 하노이 역에서 사파로 가는 열차를 클룩에서 예약했다. 나트랑에서 하노이로 가는 코스처럼 열차만 타는 코스였다면 철도에서 바로 예약했겠지만, 사파는 라오까이 기차역에 내려 약 30km 떨어진 사파로 더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클룩에서 예약하면 라오까이 역에서 사파에 위치한 호텔까지 셔틀버스로 내려주는 것까지 예약할 수 있다. 라오까이 역에서 직접 기사를 만나 셔틀버스를 타게 된다.
사파, 라오까이 기차역까지 가는 열차는 세 종류가 있으며 그중에서 우리는 빅사파(VICSAPA)를 타기로 했다. 하노이 기차역이 의외로 넓기 때문에 대기해야 하는 장소를 헤맬 수 있지만, 빅사파(VICSAPA) 기차역의 탑승권의 경우, 1층 VIP 룸이라고 써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된다.
예매 메일을 보여주면 직원이 직접 기차 탑승권으로 바꿔 주며, 열차 칸까지 안내 해주며 친절히 설명해줘서 편리하다.
사파행 열차 컨디션
나트랑에서 하노이행 베트남 열차를 필자는 이미 타 봤기 때문에 그 열차와 많이 비교가 되었다. 열차는 같은 느낌이었지만,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서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VIP 4인용 침대칸에 들어가자 간략한 과자와 물, 물티슈, 치솔, 바나나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물건들은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거라 할 수 있지만, 매우 편안하고 VIP로 기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화장실은 매우 깨끗했으며, 침대칸 내부도 조명들이 있어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으며 침대 매트리스도 하노이행 열차보다 훨씬 두꺼워서 더 편안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던 객실이었다.
라오까이 기차역 버스환승
라오까이 기차역에 도착하면 기차역에서 예약자 이름을 들고 서 있는 직원을 마주칠 수 있다. 직원을 만나서 셔틀버스를 타고 각각의 호텔에서 내려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셔틀버스 기사가 사파로 가는 도중에 의외의 소식을 전했다. 필자가 도착한 날이 9월 1일이었는데, 9월 2일이 바로 베트남 국경일이기 때문에 경찰들도 많고 방문객들도 많아서 필자의 호텔 앞까지 내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각자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라는 것이다. 필자는 세계여행 중이기에 짐도 많았을 뿐더러 사파는 그랩도 많지 않아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 실제로 주변에 있는 호객하는 택시기사들에게 물었지만, 너무 가까워서 그랬는지 걸어가야 한다는 투로 말을 했다.
필자와 가족은 약 2km 되는 호텔까지의 거리를 캐리어와 짐을 바리바리 들고 걸어가야 했다. 분명 호텔 앞까지 픽업을 해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이런 불편함을 겪게되어 여행 시작부터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따라서 정확하게 픽업 장소를 지정하고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3.두 열차 여행 장단점
하노이행 열차
- 30시간 동안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 가능
- 열차가 많이 흔들리지 않음
- 진짜 베트남 현지의 분위기를 열차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음
- 열차 객실이 매우 편안함
- 화장실이나 시설이 매우 노후되고 열악함
사파행 열차
- 열차가 매우 흔들려서 멀미가 날 수 있음
- 시설이 깨끗하고 편함
- 라오까이 역에서 내려 사파까지 가는데 셔틀이나 버스로 환승을 해야 함
- 밤 시간에 기차를 타기 때문에 주변을 감상할 수 없음
4.베트남 열차 여행에 대한 견해
베트남 현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고르자면 그건 바로 기차여행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거나 오래된 역사가 묻어있는 기차에 담긴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풍경은 삶 그 자체이다.
여러분이 진짜 베트남을 느끼고 싶다면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3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화장실을 참으며, 함께 여행온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삼아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니 말이다. 특히 사파를 못 가봤다면 베트남이 한가할 때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